중앙일보

 

[건강한 당신] 모자·선글라스·선크림 중무장 … 한국 여성 85%가 비타민D 부족

[중앙일보] 입력 2017.05.03 01:00   수정 2017.05.03 10:35

임승길 교수의 건강 비타민
한국 여성 10명 중 8명은 비타민D가 부족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1년) 결과에 비타민D 농도 기준(30ng/ml)을 적용하면 여성의 85.3%가 비타민D 부족으로 나온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한국·미국·스위스·호주·스웨덴 공동 연구팀(2006년)이 18개국의 골다공증 여성 환자 중에서 비타민D 실태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한국 환자의 83%가 비타민D 부족이었다. 18개국 중에서 가장 높다. 일본·레바논·터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스웨덴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골다공증 등 근골격계 질환 위험
“우울증·심혈관질환 유발” 연구도
10~14세 뼈 형성에 비타민D 필수
30분씩 주 2회 이상 햇볕 꼭 쫴야

비타민D 결핍으로 병원 신세를 진 사람도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증 환자가 2012년 1만236명에서 2016년 6만7806명으로 4년 새 6.6배가 됐다.
 
햇살 강한 오전 10시~오후 3시에 20~30분씩,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햇볕을 쪼여야 충분한 양의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햇살 강한 오전 10시~오후 3시에 20~30분씩,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햇볕을 쪼여야 충분한 양의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한국은 스웨덴처럼 해가 짧은 나라에 비해 일조량이 훨씬 많은데도 왜 심각한 비타민D 부족 현상에 빠진 걸까. 비타민D 부족은 ▶정기적 운동 여부 ▶업무 환경(실내) ▶계절(가을·겨울) ▶거주지(도시) ▶성별(여성) ▶연령(19~29세)과 관련이 깊다. 이 중 야외활동과 햇빛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여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인은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야외활동을 덜 하는 편이다. 피부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모자를 쓰거나 선크림(자외선차단제)을 많이 바르는 것도 원인이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겨울이 길고 야외활동 시간이 짧을수록 여성의 비타민D 수치가 낮다. 스웨덴 주민들은 일부러 햇볕을 쬐는 게 일상화돼 있어 부족 현상이 적게 발생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 등 근골격계 질환에 영향을 준다. 최근 10년 새 우울증·만성피로·심혈관질환은 물론 고혈압·당뇨병·암(유방암·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비타민D 부족이 ‘만병의 근원’으로 주목받게 됐다. 그렇지만 비타민D 부족이 어떻게 이런 질환을 야기하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연관성이 명확하게 확인된 게 근골격계 질환이다. 유모(37·여·경기도 고양시)씨는 2년 전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다 허리를 삐끗했다. 통증이 계속돼 진단을 받아 보니 허리뼈(척추) 압박골절이었다. 정밀 검사를 해 보니 비타민D 수치가 19.14ng/ml로 나왔다. 허리뼈 골밀도(Z스코어)는 -2.6이었다. 기준(-2.5 이하)보다 낮아 골다공증에도 해당됐다.
 
비타민D 부족으로 골다공증이 생긴 70대 여성의 X선 사진. 골밀도가 줄어 허리뼈 일부(A)가 눌려 정상(B)과 모양이 다르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비타민D 부족으로 골다공증이 생긴 70대 여성의 X선 사진. 골밀도가 줄어 허리뼈 일부(A)가 눌려 정상(B)과 모양이 다르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비타민D가 15ng/ml 이하면 골밀도와 근육 감소로 이어진다. 아직 이 단계는 아니었지만 치료가 시급했다. 비타민 약을 복용하면서 골다공증 주사 치료를 받았다. 유씨는 건강을 되찾았고, Z스코어도 -1.7로 회복했다.
 
비타민D 결핍은 하루 800~1000단위(IU)의 비타민D를 섭취해 치료한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종합비타민제(함유량 200~400 IU)로는 효과가 없다. 최선의 해법은 햇볕을 쬐는 것이다. 햇살이 강한 오전 10시~오후 3시에 20~30분씩, 일주일에 2회 햇볕을 쬐면 필요한 양의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다. 식품으로 섭취할 순 있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다. 비타민D 1000IU 한 알 분량을 식품으로 섭취하려면 우유 2.4L나 계란 40개, 자연산 연어 80g을 먹어야 한다. 비타민D 부족으로 골다공증 같은 질환으로 악화된 경우라면 식품이나 햇볕 쬐기로는 역부족이다. 이보다는 약을 복용하는 편이 낫다.
 
어린이에게도 비타민D는 중요하다. 뼈 형성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때는 12세 전후 2년(10~14세)이다. 이 시기에 비타민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최근 미국에서는 어린이가 즐겨 먹는 과자에 의무적으로 비타민D를 넣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임승길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대한골다공증학회 명예회장, 대한내분비학회 이사
 
임승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